스마트워킹에 대한 고찰

나는 업무용 서비스 기획자이다.

직장인들의 업무를 편리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기획하다보니 아무래도 ‘스마트 워킹’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데 최근 ‘과연 스마트하게 일한다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워킹 서비스라고 불리는 에버노트나 GoogleApps와 같은 툴을 사용하면 정말 스마트하게 일한다고 할 수 있을까?

스마트워크 센터에 의하면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체제’라고 정의가 되어있다. 그런데 정말 스마트워킹이 그런 의미일까? 시도때도 없이 일을 할 수 있으면 그게 스마트워킹인가?

 

내가 생각하는 스마트워킹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한다는 것은 스마트워킹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만 일을 하더라도 생산성을 많이 낼 수 있어서 일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차라리 일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스마트 워킹의 핵심은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많은 생산성을 내는 것이 핵심이다. 어떤 Tool을 사용하는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Tool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을 하는 방식이다. 일하는 방식이 스마트하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일을 해도 스마트워킹이 될 수 있다.(물론 그런 상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에버노트보다 더 스마트한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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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0부터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메모를 했다. 월간일정부터 주간일정까지 세밀하게 다 적었고 아이디어도 수첩에 펜으로 적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나의 이런 방식이 너무 구식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기본적으로 펜으로 적으면 검색부터 되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에버노트와 구글캘린더, Todo앱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메모는 에버노트로 하고 일정관리는 구글캘린더, Task 관리는 Todo앱으로 진행했다. 무겁게 수첩(내 수첩은 위 사진처럼 두껍고 크고 무겁다.)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검색도 잘되며 펜으로 적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나름 편했다.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 내가 스마트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기분도 좋았다.

그런데 이런 툴들(에버노트, 구글캘린더, Todo앱)을 사용하다보니 3가지 문제가 생겼다.

1) 아무때나 메모를 했던 습관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2) 나는 분명 오늘의 일정을 확인하고 계획을 세우려고 스마트폰 혹은 PC를 켰으나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확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내 기억에서 사라진다.

3) 이번 달의 목표, 이번 주의 목표, 중요한 Task 들을 한 눈에 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점차 나는 내가 세운 계획대로 일을 하기보다 머리에 떠오르는 일을 하기 시작했고 나 스스로에 대한 업무평가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난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 남지 않았다. 지난 시간에 올바른 평가가 없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올바른 계획도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업무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결국 나는 다시 펜으로 적는 수첩으로 변경했고 하루에 많은 시간을 들여가면서 Task를 적고 일정을 확인하며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조금 불편하긴 하더라도 그 어떤 툴보다 이 방식이 나를 더욱 효율적으로 일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스마트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편리하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생산성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메일이 스마트한 이유

Gmail-Logo

최근 슬랙이나 잔디같은 서비스들이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빠른 의사소통을 하며 일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러한 실시간 채팅시스템들의 홍보담당자들은 이메일은 더이상 효율적이지 않은 시스템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더욱 빠른 의사소통을 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람이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끊김없이 연속적으로 집중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피터드러커도 ‘자기경영 노트‘에서 지식근로자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연속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들어, 기획서를 작성한다고 하면 그 기획서를 집중해서 방해받지 않고 작성할 수 있는 2~3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메일은 앞으로도 중요한 의사소통 도구로 남아있을 것 같다. 발신자가 효율성의 혜택을 받는 채팅시스템과 달리 이메일은 메일을 받은 사람이 자기 자신의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메일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효율적인 ‘연속적인 시간 배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러니하게도 실시간 의사소통을 하기에 불편하다는 이메일의 특성이 오히려 사용자들이 생산성을 낼 수 있는 문화를 갖는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한 업무 방식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스마트한 업무방식의 첫 번째 조건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내 경험상 이렇게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거나 남에게 피해주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문제는 여러가지 툴을 사용하면서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려고 하는 태도이다. 예를들면, 할 일이 너무 많아서 2가지 문서를 동시에 작성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데 이런 사람은 그 어떤 스마트한 툴을 사용하더라도 결코 생산성을 낼 수 없을 것이다.

 

스마트워킹 서비스는 어떻게 기획되어야 하는가?

original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스마트워킹 서비스란 생산성을 낼 수 있도록 업무방식을 개선시켜 주는 것이다. 예를들어, 단순히 Todo를 등록하고 이를 체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는 내가 생각하는 스마트워킹 서비스가 아니다. 이런 업무방식은 기존부터 많은 사람들이 종이에 적어가면서 사용해왔던 방식이고 이를 디지털 방식으로 바꾼다고 해서 크게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 만약 Todo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Todo관리/체크는 물론이고 타인에게 Assign하고 그 일의 진행과정을 프로세스에 따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체계적인 업무환경을 기업들이 만들 수 있도록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워킹 서비스 기획의 시작은 좋은 아이디어를 찾는것보다 현재 우리들의 업무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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