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기획자의 성장과 커리어에 대한 조언

10년 넘게 기획업무를 하다보니 많은 기획자 후배들이 생겼고 채용을 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주니어 기획자분들을 만났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니어 기획자들은 어떻게 하면 본인의 기획력을 성장시킬 수 있을지, 앞으로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어가야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가끔씩 후배들이 나에게 조언을 구하면 내 관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곤 하는데….이야기를 하다보면 대부분의 후배들이 ‘고민의 방향성’이 잘못되었거나 혹은 나와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에게 보통 action item을 조언해주기 보다는 어떻게 고민을 해야하는지를 조언해주곤 한다. 이런 조언을 여러번 하다보니 후배들의 고민속에서 일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늘은 후배들의 고민을 통해 알게된 ‘주니어 기획자들의 고민’에 대해 알아보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포스팅하고자 한다.

도메인 고려 없이 직무에만 치중된 커리어 고민

내가 주니어 기획자들에게 많이 들은 고민들은 보통 다음과 같은 것이다.

  • 기획직무가 저와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 앞으로 기획직무가 비전이 있을까요? 개발자로 전환을 하는게 어떨까요?
  • 기획역량을 더 성장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제가 기획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기획자라면 위 생각을 한 번정도는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위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을 찾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위 질문은 ‘기획’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에 구체적인 질문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사실 너무 포괄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수학을 굉장히 잘하는 사람에게 “수학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고 질문을 했다면 당신이 들을 수 있는 답은 ‘문제를 많이 풀어라’, ‘공식을 암기하지 말고 이해하라’, ‘정답을 절대 보지 말고 문제를 풀어라’ 등과 같은 답변밖에 못들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미적분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질문을 했다면, ‘미분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중요 포인트’, ‘미분과 적분의 차이’ 등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질문이 포괄적이면 답변도 포괄적이고 질문이 구체적이면 답변도 구체적이다.

커리어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기획이라는 직무에 초점을 맞추면 구체적인 답을 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도메인으로 질문을 더욱 구체화 시켜보라고 조언한다. 위에서 했던 질문에 ‘도메인’을 넣어서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이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뀌기 때문에 조언도 구체적으로 받을 수 있다.

  • B2B 그룹웨어에 대한 기획업무가 저와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 앞으로 e-commerce(오픈마켓)의 기획포지션이 비전이 있을까요?
  • AI Annotation Product의 기획역량을 더 성장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제가 쇼핑몰 마이페이지 기획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도메인 지식이란 특정한 전문화된 학문/분야의 지식을 말하는 데, 회사에서는 회사가 속한 산업과 주요 서비스 및 상품에 대한 지식을 말한다.

현재 시대의 Product은 구조가 굉장히 복잡하며, 특정 도메인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단순히 직무만으로 커리어 고민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없다. 직무에 대한 고민을 하기 전에 해당 도메인이 자신과 맞는 도메인인지를 먼저 체크해봐야 한다. 도메인에 따라 업무방식과 기획/디자인/개발 방향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직을 하거나 직장을 고를 때 해당 기업에서 추구하는 비지니스모델의 방향성이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기획 관련 학습을 열심히 하지만 계속 불안함을 느끼는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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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열정많은 주니어 기획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역량있는 기획자가 되려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나요?라는 질문이다. 그러면 나는 이런 답변을 한다.

“도메인에 대한 공부를 하시는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일 것 같아요”

자 그러면 도메인 공부가 기획역량에 왜 중요한지를 알아보자.

  1. 나의 Product이 포함된 시장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시장의 고객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로 인해 나의 Product을 찾는지 이해하면
  2. 해당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해결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3. 이를통해 UX전략 수립, 컨텐츠 전략 수립, 카피라이트 작성이 가능하며
  4. UX 전략이 수립되면 자연스럽게 UI의 구체적 방향성도 수립된다.
  5. 엔지니어, 디자이너도 당신의 기획서에 공감을 하게 된다.

좋은 UX를 제공하려면 결국 위 과정의 1번부터 시작을 해야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너무나 많은 주니어 기획자들이 1~3번의 과정없이 4번부터 시작해 5번을 얻으려고 한다. 업무지시를 받으면 바로 벤치마킹을 하고 화면을 구성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막연히 ‘어떻게 하면 사용자에게 좋은 UX를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예를들어, ‘1:1 문의하기’ 기능을 기획한다고 하면….아쉽게도 많은 기획자들이 문의하기 기능에 대한 화면설계부터 하면서 어떻게 하면 편리하게 문의글을 등록할 수 있을지 UI를 고민한다. 물론, 특정 기한내에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것이 목적인 에이전시나 SI기업이라면 이런 접근방법도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자체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의 기획자라면 이런 접근방법이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 아무리 간단한 ‘1:1 문의하기’ 기능이라도 도메인에 따라 문제해결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 쇼핑몰의 문의하기 기능은 사용자가가 주문번호, 상품정보 등의 정보를 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상세 페이지나 주문상세 페이지에서 문의하기로 넘어올 경우 자동으로 해당 정보가 입력되도록 할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해야 해야한다.
  • 그룹웨어 시스템의 경우 특정 기업의 구성원들이 관리자에게 문의하고 그 내용을 관리자가 다시 개발사로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관리자들이 구성원들로부터 이메일로 받은 문의내용을 개발사로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이메일로 문의를 받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좋다. 물론, 특정 이메일 주소로 들어온 문의내용은 이메일에만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백오피스에도 자동 등록되도록 해야한다.
  • AI Annotation Product은 화면에서의 복잡도가 엄청 높기 때문에 사용자 이슈가 발생한 경우 사용자의 환경정보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데이터 라벨러들이 라벨링작업 도중 문의를 하면 사용자가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하다가 문제가 생긴 것인지 빠르게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일부 agent 정보가 자동으로 저장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위 예시만 보더라도 도메인에 따라 간단한 문의하기 기능도 개발방향이 다르다. 즉, 도메인에 따라 문제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훌륭한 UX 방법론을 알고 있어도 도메인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지, 이론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도메인을 잘 이해하려면 해당 도메인에 속한 다양한 Product을 많이 이용해봐야 하고 그들이 왜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앞서 이야기했듯이 해당 도메인이 나와 잘 맞는지를 체크해야한다. 관심도 없는 도메인의 Product을 자주 이용하고 분석하는 것은 굉장히 곤욕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대한 잘못된 이해

기획자 채용공고의 자격요건에 꼭 빠지지 않는 내용이 있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신 분”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일까?

나는 ‘공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공감을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내용을 이해했다는 것이다. 이해를 못했는데 공감하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 물론,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했다고 해서 공감했다는 것은 아니다.
  • 공감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가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만약 상대방으로부터 ‘당신의 이야기를 이해는 했으나 공감할 수 없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면 ‘당신 이야기의 의도는 알겠으나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와 비슷한 의미일 것이다.

따라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은

  • 내가 합리적인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감하도록 하거나
  • 상대방의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하고 합리적인지를 판단하여 내가 공감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상당히 많은 기획자들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면 내용을 잘 전달하거나 잘 이해하는 것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아래와 같은 내용의 강의들을 찾아서 듣고한다.

  • 개발자와 소통하는데 필요한 IT 지식
  • 일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기획서 작성방법
  • 기능정의서 작성방법

물론, 이런 강의를 듣는 것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내가 합리적으로 내용을 만들거나, 내가 합리적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판단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커뮤니케이션은 skill이라기보다 사고라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소설가에게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정말 그 사람이 글씨를 잘 쓴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머리에서 좋은 컨텐츠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은 타인이 원활하게 공감할 수 있는 컨텐츠(요구사항, 기획서, 요청문서 등)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구사항 문서를 작성할 때 ‘요구사항을 명확히’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구사항의 배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요구사항이 어떠한 문제현상에 의해 논의되었고 어떻게 문제정의를 하여 어떤 해결방식을 도출하였는지가 명시되어 있어야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도 그 기획안에 대해서 공감하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에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Product 기획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라고 물어보면 나는 ‘합리적으로 문제정의를 하는 역량’이라고 대답한다.

합리적으로 문제를 정의하면 구성원의 공감을 통해 더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도 공유된다. 나는 이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기획자는 엔지니어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르게 문제를 정의하여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문제정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이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데이터 분석 Skill에 대한 환상

Data Driven Product Management는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많은 기획자들이 데이터분석 역량을 위해 파이썬, SQL 등을 공부한다. 굉장히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데이터 분석 skill 또한 도메인에 대한 지식과 문제정의 역량을 갖추고 있을 때 효과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설이 없으면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분석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메인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문제정의를 토대로 합리적인 가설을 도출할 수 있는 역량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설이 합리적으로 세워지면 측정과 분석은 엔지니어를 통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설을 세우는 것은 기획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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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나는 아래 사항들을 중요하게 언급했다.

  • 커리어는 도메인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
  • 기획역량은 도메인에 대한 이해도와 함께 성장한다.
  •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합리적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사고에서 시작된다.
  •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설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서로 분리하여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 도메인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 문제를 제대로 정의할 수 있고
  •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면 합리적인 가설을 세워서 효과적인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
  •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도메인 지식이 쌓인다.

위 과정을 반복하면, 기획역량은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사실 기획 직무에만 국한된 것인 아니라, 대부분의 직무에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혹시 ‘일은 못하는데 기획은 잘하는 사람’이나 ‘기획은 잘하는데 일은 못하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일이란, 기획업무 외 프로세스를 만드는 일이나, 보고업무, 매뉴얼 작성 등의 기타 부가적인 업무를 말한다.)

왜냐하면 다른 직무들과 업무의 본질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주니어분들이 최신 트렌드에 대한 지식이나 유명기업에서 사용한다는 기술적 Skill에 너무 집착하여 본질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고민때문에 현재가 흐트러지지 않기를 바란다. 당연히 미래는 긴장되고 불안하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럴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로 인해 현재에서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당신이 커리어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고민을 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당분간이라도 현재에만 집중하는게 답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미래는 현재가 연속적으로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현재에 충실하는 것 그 자체가 결국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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